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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T는 CEO 의지⋯ 공부하는 리더십 필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긴 디지택트(Digital-contact) 시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기업은 생존을 위해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70%가 디지털 전환에 실패한다.
왜 그럴까? 디지털 혁신 전문가 윤정원 대표를 만나 기업 현장에 필요한 DT 전략과 디지털 생존에 대해 알아봤다.




"엔데믹 시대, 무늬만 디지털 전환해서는 생존 어려워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접목·확장할지 고민해야"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세계가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디지털 세상이 더욱 촉진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5~10년 앞당겼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빌드 2020’에서 “2년이 걸릴 디지털 전환이 2개월 만에 이뤄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팬데믹이 몰고온 디지털 대전환의 시기, 모든 산업에 걸쳐 빠르게 진행 중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갑작스럽게 언택트 사회로 전환되면서 DT를 통한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그러나 막상 DT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보고 급한 마음에 시도했다가 자동화, 디지털화, DT 등의 개념이 혼재돼 갈팡질팡하거나 엄청난 투자비용이 있어야 가능한 걸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줄 디지털 혁신 전문가를 만났다. ‘CEO들의 디지털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난 10여년 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과 기업의 DT 교육에 앞장선 윤정원 이노핏파트너스 대표다.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육사업본부장, 한양대 경영교육원 FIT(Future, Innovation & Transformation) 센터장 등을 지낸 윤 대표는 최근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 및 전략을 소개한 책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을 펴냈다. ​

지난 5월 3일 서울 용산에 위치한 이노핏파트너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무늬만 디지털 전환을 해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며 “그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서 멈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정체성과 미래 먹거리,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너도나도 DT를 시도하는데 기준이 뭔가?
자동화, 디지털화, DT의 개념이 혼재돼 있는 모양새다.



DT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그동안 여러 교육컨설팅을 진행하며 정리한 바로는, DT에는 ‘시장의 확장’과 ‘새로운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키오스크로 비대면 한다고 해서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착각하면 안된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운영과 관리 프로세스를 변화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공유경제의 신화로 불리던 위워크가 파산 직전까지 몰린 이유가 무늬만 디지털 전환을 외쳐서다. 스스로를 테크 기업이라고 표방했지만 위워크의 본질은 부동산 기업이라서 실물 건물을 임대해야 했고, 사무실 유지를 위한 각종 서비스에도 계속 투자해야 했다.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과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비즈니스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



Q.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은 각 산업별 최신 DT 트렌드 및 변화가 궁금하다.



 메타버스, NFT, 페이 등이 최근 DT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엔데믹 시대’를 맞은 산업계는 디지털 혁신 기술 기반의 비대면 방식과 메타버스 등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찾아 또 다시 변화하고 있다. ​

예를 들면, SKT는 거점 오피스 ‘스피어’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근무 환경 최적화로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했다. 출근 전 앱으로 좌석 예약하고 책상 위 태블릿 PC에 얼굴을 인식하면 본사 PC에 구축해 놓은 나의 업무 환경을 그대로 옮겨와 ‘개인 가상 데스크톱 환경’을 구축해준다. 지금의 스피어는 이전에 잠깐 업무를 보던 거점 오피스가 아니라 메인 오피스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 또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은 전 직원 원격근무 시스템으로 전환해 가상 오피스인 ‘메타폴리스’에서 아바타로 근무한다. 공간이 해방되니 리크루팅 혁명이 이뤄져 해외 인재 채용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종합식품기업 ‘아워홈’도 직방의 메타폴리스에 입주해 재택근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업무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

건설업계 역시 메타버스를 통한 디지털 전환이 활발하다. 대우건설이 제공하는 가상 체험 견본주택인 ‘메타 갤러리’ 서비스는 게임엔진을 활용해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면서 거실, 욕실, 방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일반적인 사이버 모델하우스는 건설사가 지정해 놓은 장소 외에는 이동할 수 없고 실제 모습과 다르게 화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

교육계에서는 포항공과대학이 앞장서 메타버스 혁신을 통한 초연결로 시공을 초월한 대학 ‘메타버시티 (Metavirsity)’로 탈바꿈하고 있다. 2022년 신입생 전원에게 가상현실(VR) 기기를 제공하고, 세계 최초로 구축한 MR(Mixed Reality) 강의실에서 새로운 개념의 수업과 해외 석학을 통한 질 높은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Q.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업종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디지털 혁신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왔나?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려온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신약 개발은 수십 명이 몇 년간 수행해야 하는 전통적인 신약 개발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 뉴냅스는 뇌졸중으로 인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뉴냅비전’을 통해 국내 최초로 디지털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뉴냅비전은 가상현실(VR)기기를 쓴 환자에게 30분씩 특정한 자극을 보내 이를 게임하듯이 응답하도록 하는 치료기기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독성 및 부작용이 없고 비용이 적게 들며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Q. 책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에 담긴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흥미롭다. 각 기업의 성공 사례에 숨겨진 DT 전략을 소개해달라.



팬데믹 상황에서도 역대 최고의 매출을 올린 스타벅스코리아가 대표적인 DT기업이다. 기존 산업 간, 업종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전략’으로 커피 전문점이라는 제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금융업에까지 영역을 넓힌 스타벅스의 2020년 사이렌오더 충전금은 네이버파이낸셜(689억원)의 충전금보다 큰 1801억원에 달했다.

​ 제조업체가 만든 상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편익을 제공하는 ‘서비타이제이션 전략’의 대표적인 기업은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사인 미쉐린이다. 타이어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시켜 주행이 끝난 뒤에 주행 중 기록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운전 습관을 교정하고 연료 절감 효과까지 누리게 해준다. 또 티맵모빌리티가 제주도에서 시범적으로 제공하는 슬로우로드 서비스, ‘느리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을 찾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의 등장 역시 고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 그 외에도 배달앱 땡겨요를 출시해 기업 밸류업에 나선 신한은행, 탈아마존을 선언하고 독자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와 직거래(D2C) 사업 전략을 세운 나이키도 DT를 이끄는 리딩기업이다. ​



Q. 우리 기업에 ‘최적화’된 DT를 찾는 게 성공 포인트 같다.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DT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매우 다른데, 지금 당장 우리 기업의 데이터 모으기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 시장이다. 즉, 고객의 니즈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에 있다. ​

방대한 데이터를 펼쳐 놓고 기업이 활용할 만한 가치를 찾으려고 하면 매우 어렵다.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먼저 명확히 선정한 후 그것에 맞는 데이터를 모아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에 맞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이 가능해진다. 만약 기업의 DT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CEO와 임원이 방향성을 잡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



Q.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한 기업 70%가 실패한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뭔가?


DT의 실패요인은 시스템을 적용하는 부분이 아닌, 받아들이는 기업의 사람이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DT의 내용과 방향성을 잘 모른 채 사회 분위기상 떠밀려서 하는 경우가 많다. MIT의 조지 웨스터맨 박사는 “다수의 기업들이 DT를 단순한 기술
의 문제로 접근하고, 경영진들은 DT를 IT부서에서 시작한다는 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기업 내 전담부서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작고 유연성이 높을수록 디지털 전환 성공률은 높아진다.



Q. 여러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DT 전략을 들려준다면?


 그동안 교육컨설팅을 진행하며 쌓아온 DT 콘텐츠 테마가 557개에 달한다. 기술마다 DT를 설명하는 것이 다르고, 그만큼 다양한 시각이 있다. 따라서 용어 통일과 표준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 ​

또한 DT는 CEO의 혁신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 위에서 아래로 톱다운(Top-down)으로 진행될 때 성공률이 높다. CEO가 먼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여러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공부할 것을 권한다. 단, 특정 기술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기업 비즈니스에 접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장시켜 주는 수단일 뿐이다. 계속 변하는 기술 그 자체를 핵심으로 가져가면 기업은 도태할 것이다.




윤정원 이노핏파트너스 대표
(전)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 FIT 센터장/특임교수
IGM세계경영연구원 B2B사업부문 총괄 본부장/교수
인티저그룹 한국 사업 컨설턴트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교육전략 컨설턴트
[저서] 끌리는 것들의 비밀(2018년), 에듀솔빙(2015년)



/ 민선화 기자 mshwa@fortunekorea.co.kr 사진 윤남일


| 이 글은 '포춘코리아' 2022.0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